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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거니즘[veganism]/비건식당

[망원 가원] 상상할 수 없는 채식 짬뽕 해장의 완벽함

by 꿀팁정보쟁이 2020.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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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애주가다.
처제는 가끔 나를 알콜중독이라고 일컫기도 하는데,
'애주가'라는 단어는 뭔가 멋이 있어 보이니 애주가라고 하자.

금요일마다 우리 부부는 크고작은(?) 술자리를 가지는데,
다음날 아침에는 맛있는 특식으로 치팅 겸 해장을 한다. 지금 꾼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거다. 술과 해장은 세트인 것 다들 잘 아시죠.

나의 해장 메뉴 트렌드는 그 시절의 취향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데,
항상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중국집 짬뽕이다.
매콤하고 기름진, 시뻘겋게 진한 국물을 들이키고 땀을 뻘뻘 흘리면 간밤에 마신 술이 잠시 훅 올라오며 정신이 약간 혼미해졌다가, 소화시키고 한 잠 푹 자면 이제 다음 술도 마실 수 있을만한 상태가 된다.

짬뽕을 메인으로,
달달한 짜장면과 바삭바삭한 탕수육을 곁들여 먹는 그 맛을
한국인답게
무척 좋아하는데...
음.. 채식을 시작해버렸다.

하지만 - 왠걸, 먹는것에는 매우 부지런한 이 식탐가는
서울에는 채식 중국집도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 이름  <망원동 '가원'>.

여느 술마신 다음날과 마찬가지로 살짝 헤롱거리며 도착해서 내부를 둘러보니
심지어 화교 중국집이다.
나는 화상 중국집을 신뢰한다. 이유는? 항상, 어디나, 늘, 맛있기 때문에.
(혹시 화상 중국집 맛없는 곳 아시는 분 댓글 달아주세요. 아마 없을걸요?)

채식 짬뽕과 채식 짜장면, 버섯 탕수육을 주문했다.
가지 칠리, 페스코 베지터리언의 경우 새우 칠리도 채식 옵션으로 가능하겠다.

 



 


채식 짜장면과 짬뽕을 한 젓갈 떠먹는데,
정말 새로운 맛이다.
그간 내가 먹어온 짜장면과 짬뽕과는 아예 다른 메뉴라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기존의 중국음식에서 나는 진한 기름의 맛, 고기의 향이 없는 대신
채소를 푹 끓여 나온 채수의 달콤함, 담백함, 시원함..
이건 대체 무슨 맛이지? 싶은 달달하고 깨끗한 맛.


정말 맛있다.
고기나 해산물이 들어간 짬뽕, 짜장면보다 훨씬 맛있다.

조금 이상하게 말해보자면, '우아한' 짬뽕맛이다.
해산물 짬뽕이 동네 건달같다면, 채식 짬뽕은 발레리나 같다.
내게는 정말 획기적인 경험이었던 것이, 나는 채식주의를 그만두더라도 가능하다면 앞으로 채식 짬뽕과 채식 짜장을 먹겠다 생각할 만큼 맛있는 패러다임 쉬프트였다.

버섯탕수도 맛있다. 예상할 수 있는 맛이다. 돼지고기 탕수육보다 훨씬 맛이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다른 맛이고
맛있다. 몇번 끄덕거릴정도로 맛있다.

가원. 이 훌륭한 중국집은 비록 전형적인 동네 중국집의 외관을 지녔으나, 셰프에게 맛있는 음식에 대한 존중과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싶을 정도로 우아한 음식을 내는 곳이다.

박수.

채식을 하다보면,
분명 나는 먹는 음식의 가지수를 제한하고 있는데,
경험하게 되는 맛과 음식은 더 넓어지는 신기한 느낌을 받는다.

풍요로운 채식주의자가 되기 위해서 가원같은 멋진 채식 식당을 더 자주 방문하리.

(추신: 채식 짬뽕은 덜 자극적이라 해장에도 훨씬 도움이 많이 되었다는 후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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